
똑같은 차를 사고도 누구는 2천만원대에, 누구는 3천만원 후반대에 계약서를 쓴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이제 흔한 풍경이다. 가격표에 찍힌 숫자보다 어디 사는지가 최종 지불액을 더 크게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최근 다시 화제다.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올해 초 가격을 한 번 더 낮춘 기아의 중형 전기 SUV, EV5 얘기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쓰며 체급은 스포티지와 비슷한 수준이다.

EV5 롱레인지 에어 트림의 판매가는 4,575만원. 여기서 국고보조금 552만원이 우선 빠지고, 지자체 보조금이 지역별로 더해진다.
지원이 가장 두터운 경상북도 울릉군은 1,045만 9,448원까지 지급해, 두 보조금을 합치면 1,597만원가량이 깎여 실구매가가 2,977만원까지 내려간다.

지자체 보조금이 가장 낮은 경기도 부천시는 165만 5,999원에 그쳐, 같은 EV5라도 실구매가가 3,857만원까지 올라간다. 울릉군과 부천시 사이의 격차만 880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서울 지역은 지자체 보조금이 약 165만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어, 국고 보조금과 합쳐도 실구매가는 3,900만원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반면 제주는 지역에 따라 최대 600만원 안팎까지 지원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다수 지역 거주자의 실구매가는 3천만원대 중후반 선에서 형성된다고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EV5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강점은 뒷좌석 등받이가 180도로 완전히 접히는 구조다. 등받이를 끝까지 눕히면 트렁크 바닥부터 앞좌석 뒤까지 단차 없이 평평한 면이 만들어진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쓴 덕분에 바닥 한가운데 센터 터널이 솟아 있지 않다는 점도 이런 평탄화에 크게 기여한다.
매트만 깔면 성인 두 명이 나란히 누울 수 있는 공간이 확보돼 차박이나 캠핑 용도로 특히 좋은 평가를 받는다.

실내 조작은 기아 AI 어시스턴트를 통한 음성 명령 비중이 높다.
목적지 검색이나 공조 조절 같은 자주 쓰는 기능을 말로 처리할 수 있어 주행 중 화면 조작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 특징이다. 트림은 에어·어스·GT-Line 세 가지로 나뉘어 예산에 맞춰 고를 수 있다.

배터리는 스탠다드와 롱레인지 두 종류로 나뉜다. 스탠다드는 약 58kWh 용량에 2WD 구동을 물리고, 롱레인지는 약 88kWh 배터리를 얹어 주행 가능 거리를 크게 늘린 구성이다.
롱레인지 2WD 모델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복합 기준 460km로 인증받았다. 네 바퀴를 굴리는 4WD 모델은 같은 배터리를 쓰고도 420km 수준으로 다소 줄어든다.

차체 크기는 전장 4,610mm, 전폭 1,875mm, 전고 1,675mm, 휠베이스 2,750mm로 국내형과 유럽형 스포티지의 중간쯤에 놓이는 체급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8.4초로, 가속 성능보다는 실용성에 무게를 둔 세팅에 가깝다.

올해 새로 도입된 전환지원금 제도는 내연기관차를 타던 소비자가 전기차로 넘어올 때 추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마련됐다. 기존 차량을 폐차하거나 판매한 이력이 있다면 별도 지원금을 더 챙길 수 있는 구조다.
다만 지자체 보조금은 대부분 배정된 예산이 소진되면 접수가 마감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연초에 신청이 몰리는 경향이 있어, 같은 지역이라도 언제 신청하느냐에 따라 지원 여부 자체가 갈릴 수 있다.

결국 EV5를 검토하는 소비자라면 차량 가격표보다 거주 지역의 보조금 규모와 예산 소진 시점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실구매가를 낮추는 핵심 변수가 된다.
차박까지 염두에 둔 실용적 중형 전기 SUV를 찾는다면 지금도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선택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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