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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만원짜리 영국 세단을 1000만원 초반에 살 수 있다면 귀가 솔깃해질 만하다. 2019년형 재규어 XF(X260)가 지금 딱 그런 상황에 놓여 있다.

당시 신차 가격은 트림별로 6320만~7210만원대였다. 가장 많이 팔린 P250 포트폴리오 RWD가 7210만원, 20d 포트폴리오 AWD가 6870만원이었다. 그런데 불과 5~6년이 지난 지금, 같은 차가 주행거리와 트림에 따라 700만~130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때 영국 프리미엄 브랜드를 상징하던 E세그먼트 세단이 국산 경차 수준의 가격표를 달게 된 셈이다. 동급 독일 3사 모델의 잔존가치와 비교해도 이례적으로 가파른 낙폭이라, 업계에서도 배경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온다.

성능은 여전한데, 왜 이렇게까지 떨어졌나

재규어 XF / 사진=재규어

차량 자체 성능만 놓고 보면 이 정도 감가가 의아할 만큼 XF X260은 지금도 경쟁력 있는 모델이다. 2.0리터 가솔린 인제니움 엔진이 최고출력 250마력을 내고, ZF제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가속 응답성이 매끄럽다는 평가를 받는다.

알루미늄 집중 설계 모노코크 차체로 무게는 가벼우면서 비틀림 강성은 높였고, 유려한 패스트백 실루엣과 고급스러운 실내 마감은 독일 3사와는 다른 영국식 감성을 낸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2023년 5월 재규어를 순수 전기차 전용 브랜드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고, 그해 하반기부터 국내 리테일 판매를 사실상 멈췄다. 회사 입장에선 중장기 전략이었지만, 소비자들은 '브랜드 철수'로 받아들였다.

신차 판매가 끊긴 브랜드의 중고차가 시장에서 외면받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고, 이는 곧바로 재판매 가치의 급락으로 이어졌다. 애초 2025년 전기차 브랜드로 돌아오겠다던 계획도 지연되면서, 기존 내연기관 오너들의 불안감만 커진 상태다.

AS는 랜드로버에 얹혀 있다, 정비 접근성이 떨어진다

재규어 XF / 사진=재규어

재규어의 국내 서비스망은 계열사인 랜드로버에 의존하고 있어, 재규어 단독 차량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역량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판매 중단 당시 전국 22개 네트워크를 통해 기존 고객 AS는 계속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부품 수급에 시간이 걸리고 공식 센터 공임비도 높아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엔진 쪽 결함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제니움 계열 엔진은 그룹 전 차종에 두루 쓰이는데, 2.0리터 디젤에서는 타이밍 체인이 늘어나 이상 소음이 나다가 방치하면 엔진을 통째로 교체해야 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

가솔린 모델에서도 오일 누유가 일부 확인됐고, 인포테인먼트가 주행 중 반복 재부팅되는 소프트웨어 오류도 오너 커뮤니티에서 자주 언급된다.

도심 위주로 탄다면 DPF부터 의심해봐야

재규어 XF / 사진=재규어

디젤 모델은 도심 주행 비중이 높으면 매연저감장치(DPF) 막힘 문제가 생기기 쉽다. 재생이 끝나기 전에 시동을 꺼버리는 습관이 반복되면 오일 희석 현상이 심해지고, 이는 앞서 언급한 타이밍 체인 마모를 더 앞당긴다.

3.0리터 디젤에서는 플라스틱 재질 흡기 매니폴드에 균열이 생겨 출력 제한 경고가 뜨는 사례도 여럿 보고됐다. 냉각수 펌프 고장 역시 주의 대상으로, 냉각수 수위 경고나 워터펌프 풀리 주변 누수 흔적이 보이면 즉시 점검받아야 한다.

결국 이 차는 수입차 정비에 밝고, 공식 서비스 외에 믿을 만한 사설 정비소를 이미 확보한 사람에게만 허락된 가성비 모델에 가깝다.

재규어 XF / 사진=재규어

6000만~7000만원대였던 프리미엄 세단을 1000만원 안팎에 경험할 수 있다는 매력은 분명하지만, 갑작스러운 수리비에 대비해 최소 500만원 이상의 정비 예비비를 따로 마련해두지 않았다면 구매를 재고하는 편이 낫다.

잔고장 없는 데일리카를 원한다면 AS 인프라가 안정적인 다른 수입 브랜드 중고차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유리하다.

재규어의 전기차 브랜드 복귀가 가시화되기 전까지, 기존 내연기관 XF의 중고 시세는 당분간 추가로 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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