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는 어떻게 미국서 '핫한 브랜드'가 됐나

1분기 판매량 20만7015대
스포티지부터 텔루라이드까지
하이브리드 SUV '최다 라인업'
가성비 넘어 디자인·품질 만족

도요타 제치고 '美성장률 1위'
기아가 지난 1분기 미국에서 현대자동차 판매량을 추월했다. 분기 판매량 역전은 2023년 3분기 이후 2년6개월 만에 처음이다. 하이브리드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북미 시장에서 스포티지, 텔루라이드 등 인기 차종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발 빠르게 내놓은 게 판매량 확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경쟁 차종 대비 저렴한 가격에도 디자인과 제품 경쟁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의 1분기 미국 판매량은 20만7015대로 전년 동기 대비 4.1% 늘었다. 1분기 미국 판매량을 공개한 도요타(-0.1%), 혼다(-4.2%) 등을 제치고 증가율 1위에 올랐다. 20만5388대를 판 현대차(제네시스 제외)를 2023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앞질렀다. 분기 판매량은 보통 현대차가 2만~3만 대 정도 앞서는데, 지난 분기에만 이례적으로 두 회사의 판매량이 역전된 것이다. 다만 연간으로 기아가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를 앞선 적은 없다.

기아의 고공행진은 하이브리드카가 이끌고 있다. 1분기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은 4만2211대로 작년 1분기와 비교해 50.7% 증가했다. 대표 모델인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1만8481만 대로 1년 전보다 70.0% 늘어난 데다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새로 출시됐기 때문이다. 반면 작년 9월 30일 보조금이 폐지된 전기차는 지난 1분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39.0% 줄었다.

업계에선 기아가 전기차 판매 부진을 예견하고 빠르게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확대한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아는 미국에서 단일 브랜드 중 가장 많은 5종의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스포티지와 쏘렌토, 카니발 출시에 이어 올 2월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를 선보였다.

조만간 셀토스 하이브리드 모델도 나오는 등 소형부터 대형 SUV 라인업이 갖춰졌다. 라브4와 하이랜더 등 5종의 하이브리드 SUV를 판매하는 ‘하이브리드 강자’ 도요타와 같은 숫자다. 현대차는 투싼과 싼타페 2종의 하이브리드카를 판매 중이다.

전망도 밝다. 기아에 따르면 미국 내 전체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은 2025년 240만 대에서 2028년 500만 대로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030년엔 640만 대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는 지난해 15만1000대이던 미국 내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을 2030년까지 47만4000대로 213.9% 확대할 예정이다. 하이브리드 라인업도 현재 5종에서 8종으로 늘린다.

기아가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브랜드가 된 것은 가격과 디자인, 제품 경쟁력을 두루 갖춘 차종을 꾸준히 출시하기 때문이다. 미국 대형 SUV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끄는 텔루라이드가 대표적이다. 2019년 출시된 텔루라이드는 2023년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 10만 대(11만765대)를 넘었고, 풀 체인지를 앞둔 작년에도 12만3281대 팔렸다.

가격 경쟁력도 높다는 평가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텔루라이드 1세대 판매 가격은 평균 4만6453달러 수준으로 6만달러가 넘는 경쟁사의 대형 SUV보다 1만~2만달러 이상 저렴하다. 그런데도 자동차 전문 기자들이 뽑은 2020년 ‘북미 올해의 SUV’를 수상하는 등 제품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텔루라이드 1~2세대의 영업이익률이 20~22%에 달할 정도로 수익성도 높다”며 “가성비 브랜드에서 프리미엄 SUV 시장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브랜드로 도약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