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선] 20조 원은 ‘독배’인가 ‘성찬’인가… 민심은 ‘청렴한 뚝심’을 원한다

민형배의 ‘위태로운 혁신’과 김영록의 ‘완숙한 방어’, 통합의 화학적 결합을 위한 유권자의 냉철한 선택..

호남의 봄은 순천만 갈대밭의 바람보다 먼저 정치의 들불로 찾아왔다. 2026년, 광주와 전남이 ‘통합특별시’라는 거대한 돛을 올리려는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단순한 행정 구역의 결합이 아니다.

그것은 소멸해가는 고향을 지키려는 마지막 몸부림이자, ‘낙후’와 ‘소외’라는 해묵은 표제어를 지워내려는 절박한 생존 서사이다.

정치부 기자의 눈에 비친 이번 민주당 경선은 20조 원이라는 ‘전례 없는 판돈’을 마주한 후보들의 비장함과 불안함이 교차하는 한 편의 대하드라마와 갔다.

이번 토론회의 명실상부한 이슈 메이커는 민형배 후보였다. 20조 원의 80%를 기업 유치에 쏟아붓고 이를 ‘시민 배당’으로 돌려주겠다는 그의 구상은 파격적이며 매력적이다. 그러나 혁신의 기치 뒤로 드리워진 그림자는 생각보다 짙고 어둡다.

기자의 눈에 비친 민 후보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도덕적 불감증’과 ‘수단 방법의 정당성’ 이다. 과거 측근 비서실장이 뇌물 수수로 실형을 살았음에도 출소 후 다시 국회 보좌관으로 채용한 사실은 "청렴이 핵심"이라 외치는 그의 목소리를 공허하게 만든다.

여기에 헌법재판소마저 절차적 위법성을 지적한 ‘위장 탈당’ 논란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의회주의적 가치마저 희생시킬 수 있다는 독단적 리더십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일의 술자리 논란이나 시민을 향한 거친 언사는, 그가 지향하는 ‘거버넌스’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게 한다. 요란한 빈 수레가 혁신의 이름으로 둔갑해 남도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지는 않을지, 유권자들의 냉철한 시선이 필요한 대목이다.

더불어 최근 불거진 '33.4% 득표율호도' 득표율' 논란은 더욱 뼈아프다. 예비경선 득표율인 양 여론을 호도했다는 이유로 당 선관위로부터 게시물 삭제와 정정 지시라는 '철퇴'를 맞은 것은, 그가 그토록 강조해온 혁신의 방식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민후보 '경선 테러'를 외치며 득표율 공개를 주장하던 그가, 정작 뒤로는 얄팍한 눈속임으로 유권자를 기만했다는 신정훈 후보의 질타는 가볍게 넘길 대목이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중량급 우군'이었던 박지원의원마저 당규 위반 논란 끝에 후원회장직을 사임한 것은 민 후보 캠프의 정교하지 못한 정무적 판단력을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 됐다.

이 혼란스러운 공방 속에서 김영록 후보의 ‘수적천석(水滴穿石)’ 은 유독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인내의 철학은, 지난 도정에서 닦아온 기반 위에 반도체 생태계라는 거대한 탑을 쌓겠다는 구체적 설계도로 증명됐기 때문일것이다.

그는 20조 원을 단순한 분배 재원이 아닌 ‘100조 원을 만드는 종잣돈’으로 규정했다. 산업(10조), 에너지(5조), 교통·인재(5조)라는 수치는 오랜 행정 경험이 빚어낸 정교한 배분이다.

그는 20조 원을 단순한 분배 재원이 아닌 ‘100조 원을 만드는 종잣돈’으로 규정했다. 물론 민 후보의 날 선 공세에 감정적 대응을 보인 점이나, 8년 재임 기간 서울 집을 보유했다는 신정훈 후보의 ‘면피성 매각’ 지적은 그가 넘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현 가능한 데이터로 맞서는 모습은 호남의 땅을 지켜온 이만이 가질 수 있는 뚝심이 아니겠는가?!

의대 유치와 청사 배치를 두고 벌어진 난타전은 여전히 우리가 ‘완전한 하나’가 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강기정의 추진력은 때로 ‘독선적 중심론’으로 비치고, 신정훈의 민생론은 ‘거시적 설계의 부재’라는 숙제를 안고 있으며, 주철현의 지역구 사수는 통합이라는 대의를 좁은 시야에 가두고 있다.

이들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통합특별시의 미래는 자칫 ‘나눠먹기식 예산’으로 파산할 위험을 내비쳤다. 결국 통합은 산술적 계산이 아니라, 광주의 빛과 전남의 땅이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화학적 결합이어야 한다.

필자가 본 진정한 승자는 공약의 화려함이 아닌 ‘진심의 깊이’ 에서 결정될 것이다. 20조 원이라는 숫자의 환상에 취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꼼수 혁신’의 구호에 매몰되지 않고, 타지역행 열차를 타려는 청년의 가방을 실제로 멈춰 세울 수 있는 힘.

그것은 요란한 구호가 아니라 묵묵히 길을 닦아온 ‘청렴한 경험’ 에서 나온다. 수적천석의 인내로 험난한 통합의 산고를 견뎌낼 진짜 리더는 누구인가.

유권자들은 의혹의 구름을 걷어내고, 누가 더 정직하게 호남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볼 일이다.

부디 그 첫 문장이 ‘분열’과 ‘의혹’이 아닌, ‘공존’과 ‘신뢰’로 시작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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