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광주·전남 통합’의 설계도, 선동이 아닌 "실사구시(實事求是)"로 그려야
후보 지지를 넘어선 가치와 전략의 대조... 시도민의 눈은 후보가 걸어온 길을 향해야...

호남 정치가 다시 뜨겁다. 광주·전남 통합특별시라는 초유의 실험을 앞두고 치러지는 민주당 결선 투표는 지역의 백년대계를 결정할 중차대한 기로다. 언론의 역할은 명확하다. 후보들의 행보와 그 이면에 깔린 전략을 가감 없이 드러내어 시도민의 냉철한 판단을 돕는 것이다. 이는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정당한 검증의 과정이다.
수십 년간 현장을 누빈 기자의 시선으로 볼 때, 지금의 선거 국면은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갖게 한다. 먼저 김영록 후보의 행보는 '안정'과 '확장'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는 사퇴한 이병훈을 포용하고, 본경선에서 경쟁했던 강기정과 신정훈의 가치를 자신의 품에 담아 내고있다.
"통합의 제안자 김영록, 추진자 강기정, 입법자 신정훈"이라는 슬로건은 파편화된 지역 에너지를 하나로 묶어 '공동정부' 수준의 협치 모델을 만들겠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특히 상대의 핵심 공약을 계승하고 인사와 예산의 ‘탕평’을 약속한 대목은 통합 이후 불거질 지역 간 주도권 다툼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는 행정가적 통찰이 엿보인다. 다만, 이러한 포용이 자칫 '무색무취한 기득권 연합'으로 흐르지 않음을 증명하는 것은 여전히 그의 과제일것이다.
반면 민형배 후보 측은 강력한 '선명성'과 '투쟁력'을 동력으로 삼고 있다. 후보 본인은 연대를 외치며 손을 내밀고 있으나, 그 기저를 흐르는 지지층의 정서는 다소 배타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언론의 정당한 의혹 제기나 정책 검증 시도를 편향된 공격으로 간주하며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은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일지 모르나, 다양한 목소리를 녹여내야 하는 통합의 정신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특히 일부에서 제기하는 '광주 소외론'이나 '지역 간 불균형 심화'에 대한 우려는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광주·전남 통합은 어느 한쪽이 주도권을 독점하는 게임이 아니라, 소멸해가는 지방의 생존을 위해 광주의 인프라와 전남의 자원을 결합하는 ‘상생의 결단’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한 자극적인 수사가 통합의 본질을 왜곡하고 지역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민 후보 측은 뼈아프게 직시해야 한다.
정치인은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택해야 하며, 유권자는 그 선택의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초대 통합시장은 실험실의 연구원이 아니라, 거대한 두 조직을 연착륙시킬 ‘노련한 항해사’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되새겨야 할 원칙은 사실에 입각해 진리를 찾는 "실사구시(實事求에)"다. 갈등을 동력 삼아 성장해왔는지, 아니면 인내와 협치를 통해 성과를 만들어왔는지 후보들의 궤적을 낱낱이 살펴야 한다.
본 기고는 결선 투표를 앞둔 시도민들에게 후보들의 명과 암을 제시하여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고자 함에 목적이 있다. 선거라는 짧은 계절에 매몰되어 서로를 향한 손가락질로 에너지를 낭비하기엔 우리 앞에 놓인 100년의 무게가 너무나 무겁다.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권리당원 투표 5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를 합산하는 국민참여경선이 시작된다. 이제 누가 더 ‘준비된 통합’을 말하는지, 누가 더 ‘진정성 있는 포용’을 실천하는지 응시할 때다. 답은 이미 후보들이 걸어온 길 위에 새겨져 있다. 그 길을 읽어내는 것은 이제 시도민의 몫 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