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배 예비후보가 그리는 ‘미래’는 실체인가, 신기루인가

판을 바꾸겠다는 도발적 설계와 실행력이라는 높은 문턱 사이...
'정치적 선명성'이 '행정적 신뢰'를 넘어서야...

좌측 김영록후보 민형배후보
좌측 김영록후보 민형배후보

김영록 후보가 ‘빅텐트’라는 견고한 성벽을 쌓아 올리며 안정을 설파할 때, 민형배 후보는 ‘파격’과 ‘혁신’이라는 이름의 깃발을 흔든다. 김영록후보의 미래가 구체적인 예산 편성과 행정적 수순에 기반한 ‘예측 가능한 내일’이라면, 민형배후보의 미래는 해묵은 지역의 판을 통째로 바꾸겠다는 ‘구조적 전환’에 맞닿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유권자들의 날카로운 의문이 고개를 든다. 과연 민형배후보의 미래는 손에 잡히는 실체인가, 아니면 선거용 수사(修辭)에 불과한 신기루인가.

민형배후보가 말하는 미래의 핵심은 ‘구조 혁신’이다. 그는 기존의 거점 개발 방식이 지역 간 격차를 오히려 심화시켰다고 비판한다. 그가 내놓은 해남의 AI·재생에너지 메가클러스터나 광양의 글로벌 경제도시 구상은 단순한 인프라 확충이 아니다. 산업 간 연결망을 새로 짜고 에너지 수익을 시민의 자산으로 환류시키겠다는, 이른바 ‘시민 주권 경제’를 지향한다.

김영록후보의 공약이 반도체 터미널, 항공정비센터 등 기존 자산 위에 점을 찍는 방식이라면, 민형배후보는 그 점들을 잇는 선을 새로 긋고 있다. 이것이 성공한다면 호남은 서울에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경제 생태계를 갖게 된다. 그가 말하는 미래는 바로 이 ‘지역 주권의 회복’에 있다.

문제는 그 미래가 당장의 배고픔을 해결해줄 수 있느냐는 점이다. 민형배후보의 구상은 필연적으로 중앙정부와의 거대한 협상, 그리고 기존 이익 집단과의 갈등을 수반한다. 행정의 문법보다 정치의 언어에 익숙한 그가, 통합특별시라는 거대하고 복잡한 행정 조직을 연착륙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그의 아킬레스건이다.

김영록후보의 ‘노마식도(老馬識途, 늙은 말이 길을 안다)’를 자처하며 안정감을 줄 때, 민형배후보의 혁신은 자칫 ‘길을 잃은 질주’로 보일 위험이 있다. 특히 동부권 유권자들이 요구하는 KTX 확충이나 이차전지 클러스터 같은 즉각적인 현안 앞에서, 그의 구조적 담론은 너무 멀리 있는 무지개처럼 느껴질 수 있다.

송영길 전 대표까지 가세한 김영록후보의 ‘빅텐트’가 상징하는 것은 결국 정치적 중량감이다. 이에 맞서는 민형배후보의 무기는 ‘개혁의 선명성’이다. 그는 통합특별시가 단순한 행정 결합을 넘어 대한민국 문화수도, 에너지 수도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치는 결국 결과로 증명하는 예술이다. 화려한 미래 설계도가 아무리 훌륭해도, 그 건물을 지어 올릴 벽돌 한 장, 시멘트 한 포대를 조달하는 것은 행정의 영역이다. 민형배후보가 이야기하는 미래가 유권자들의 가슴에 가 닿으려면, 그 ‘파격’이 어떻게 실질적인 ‘삶의 변화’로 이어질지에 대한 더 투박하고 정교한 설명이 필요하다.

관록의 성벽은 견고하고, 파격의 파도는 거세다. 민형배후보의 미래가 한낱 구호로 끝나지 않으려면, 그는 지금 자신이 들고 있는 ‘혁신의 창’이 기득권을 깨는 데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을 지키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내일 12일부터 시작되는 운명의 사흘, 호남은 그가 그린 지도가 ‘진짜’인지를 묻는 차가운 검증대에 그를 세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