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 현대차의 강점

       1. 시류를 읽는 디자인 변화

       2. 신규 시장 진출, 이후 치열한 선두 경쟁

그다음 이야기..

 

 

   3.'VGT' 상표권 등록, 독점적 지위에도 이런 꼼수를?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보다 저렴한 연료비라는 장점으로 널리 쓰이지만 배기량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출력이 단점. 그래서 개발 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기술적 보완이 이루어지고 있다.


   전편에 언급한 렉스턴 엔진으로 디젤 발전사를 간단히 설명해 보면, 2900cc 95마력 자연흡기 상태에서 출력에 아쉬움을 느껴 연료 분사량을 늘려봤더니 불완전연소로 매연이 생기길래, 그럼 필요한 공기 흡입량만큼을 더 늘려주면 되려나?

   터보 Turbo를 달았더니 이게 고온의 배기가스로 터빈을 작동시키는 방식이라 압축행정 시 공기 밀도가 떨어져 효과가 미미한데? 그래서 흡입 공기를 식혀주는 방식 추가해서 나온 것이 인터쿨러 터보 TDi 120마력.

   그나마 좀 나아진 것 같지만 아직 아쉬워~ 연료 분사압을 강제로 높이면 어떨까? 해서 나온 것이 CRDi(Common Rail Direct injection), 커먼레일 직분사 방식 2700cc EDi 176마력.

   거기에다 지금까지의 고정 방식 터보(WGT)를 가변형(VGT)으로 바꿔줬더니 XVT 191마력...

   출력 증강을 위한 계속된 도전 끝에 마침내 같은 배기량인 92년식 1톤 봉고의 자연흡기 2700cc 79마력 엔진 대비 두 배를 훨씬 넘는 출력 증가를 이룬 셈이다.

 

   이렇듯 지금까지 가장 진보한 방식의 디젤엔진 기술로 일컬어지는 VGT(Variable Geometry Turbocharger). 필요에 따라 ECU가 터보를 조절하며 현재 전기모터를 이용해 직접 제어하는 e-VGT까지 나온 상태로 디젤 엔진 기술의 파이널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최신 디젤엔진에도 거의 모두 적용되는 방식이기도 하다.

   갈수록 높아지는 환경규제를 충족할 수 없어 전기차로 넘어가야 하는 전환기를 맞아 더 이상의 엔진 효율을 기대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굳이 내연기관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 투자할 필요성도 없기에 대부분의 글로벌 메이커도 신규 엔진 개발 중단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므로 디젤엔진 기술에 관한 한 지금 이보다 더 나은 방식은 앞으로 없다고 보면 틀림없다. 현대차 그룹도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한 가지 비기秘器를 사용하기에 이른다. 나만 가질꼬야~ 하면서..

 

   애석하게도 현재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쌍용차, 르노삼성은 자사 VGT 엔진 차량의 차명이나 광고 홍보물에 VGT라는 용어를 쓰지 못한다. 왜냐고? 그 이유는 바로 현대차 그룹에서 'VGT'를 아예 법적으로 국내 상표권 등록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최초 개발사 가레트Garrett둥절~? 

   지금 국내에서 제품 판매를 위해 여타의 완성차, 수입차 등이 마케팅이나 홍보물에 'VGT'라는 약자를 사용할 경우 이는 바로 현대차 그룹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이런 전차로~ 울며 겨자 먹기로 렉스턴2는 XVT(Excellent VGT), QM5는 그냥 dci, 또는 VNT(Variable Nozzle Turbo), 일부 수입 브랜드는 VNT, VTG 등으로 살짝 우회하여 쓰고 있는 실정.  쫌 치사한데..?

 

evgt.jpgxvt.jpg

현대차의 eVGT와 렉스턴2 XVT. 표기만 다를 뿐 동일한 방식

 

   비유하자면 국내 최초의 ABS 장착 차량인 대우자동차 플래그십 세단 임페리얼이 89년도에 출시되면서 'ABS, Anti-lock Brake System'이라는 용어 자체를 상표권 등록해 버린 것과 같다. 

임페리얼.jpg

국내 최초로 3000cc의 벽을 깬 대우 임페리얼


   그러고는 '국내 최초, 앞으로도 국내 유일의 ABS 장착 차량'이라 광고한다면, 이후 타 브랜드의 타 차량은 동일한 방식의 ABS를 장착하고도 정작 브로슈어에는 'ALBS', '유사 ABS', 또는 옌장 모르겠다~식으로 '잠기지 않는 제동장치'라 빙빙 돌려 표기해야 할 지경이 되는 것이다.

   국내 최초로 직렬 4기통 DOHC 엔진을 얹은 기아 캐피탈도 마찬가지로 'DOHC, Doubl Over Head Camshaft'를 독점해 버린다면 타 업체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던 이 'DOHC'를 쓰지 못하는 것이다.

캐피탈.jpg

최초의 국산 엔진이던 스쿠프 알파의 기통당 3밸브를 넘어 진정한 4밸브의 시대를 연 캐피탈 DOHC


   이런 방식은 상도덕 측면에서 동의할 수도 없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생각하지만 한편으로 꼼수를 써가면서까지 국내 시장의 판을 뒤흔들어 점유율을 장악한 현대차는 역시 장사는 참 잘한다 싶다.

 

   4. 디테일의 승리


   성능, 내구성, 편의성 등의 평가 기준에 다소 밀려 당시만 해도 사소한 부분으로 여겨졌으나 이제는 중요한 부분으로 부상한 디테일 측면. 돌이켜보면 그때부터 현대는 이미 경쟁사와의 상품성 차이가 제법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에스페로 차주로서 내심 대우차의 선전을 응원하던 내가 봐도 '깔 데'가 없이 오히려 대우차는 왜 못 따라갈까 생각했었다. 

 

   1) 휠 하우스 커버 하나만 해도 그렇다.

   당시 대우차는 충격 흡수와 원형복원력이 뛰어난 '림 범퍼'의 충돌 테스트 장면을 TV 광고를 통해 대대적으로 자랑했었다. 그러면 뭘 해.

   그 잘난 림 범퍼를 적용했던 르망 GTE, 그 위의 로얄 프린스, 로얄살롱, 수퍼살롱, 끝판왕인 임페리얼까지 전 라인업 통틀어 휠 하우스 커버를 장착한 모델이 하나도 없었다.

   운전석에서 내려 문을 닫은 후 몸을 숙여 앞 타이어 안 앞쪽을 바라보면 금세 드러나는 껍데기뿐인 앞 범퍼. 내부 구조가 훤히 보이는 것이 이렇게 빈약하고 허술한가 싶을 정도이다. 비포장길 주행 후에는 텅 빈 범퍼 페시아 안에 흙덩이가 잔뜩 쌓여 있기도 했다.

   '실제 안전 또는 성능과 무관한 부분'이라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시각적 부실함을 굳이 방치할 것은 또 뭔가. 별것 아닌 그 사소한 부분 때문에 결국 심리적으로 '이 차는 왠지 안전하지 않아 보인다'는 인식으로 구매를 주저하게 된다면? 나 같은 사람처럼 말이다.

   그러면 또 '너 말고도 우리 차 살 사람은 많다'라면 이번에도 할 말은 없다. 그 돈 주고 그 차 안사면 그만. 반면 현대차는 엑셀부터 그랜저까지 전 차종에 휠 하우스 커버가 장착되어 있었다.

 

   2) 뒤 유리창 하단부의 옵션 표시 레터링도 마찬가지.

   뉴그랜저를 출시하며 'ABS AIR BAG' 표기 스티커를 적용했는데 그 색감과 폰트가 훌륭한 조화를 이뤄 적어도 내 눈에는 시각적으로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였다.

abs.jpg

뉴그랜저의 레터링. 쏘나타2 골드에도 적용된다.

 

   사실 이런 레터링은 뉴그랜저가 처음은 아니었다. 대우 임페리얼이 ABS를 국내 최초 탑재하며 2열 도어 유리 하단에 'ABS by Bosch'라는 문구를 넣은 것이 시초였으며 당시 대우 버스의 주력이던 BH120 시리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임페리얼1.jpgbh1202.jpg

임페리얼 이후 프린스와 로얄살롱 등에도 적용된다. 

 

   이후 타 브랜드의 모방이 우후죽순 이어졌지만 원조의 품격에 미치지 못하는 다소 난잡한 느낌만..

abs2.jpg

두 줄에 걸친, 한풀이 같은 매그너스의 몸부림

 

   3) 제원, 옵션은 차치하고 이른바 감성품질 측면에서 되짚어 보자면 조작감에서 여러 가지 우열 사항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직장 생활 때의 회사 차 95년식 액센트와 르망. 공히 수동차량으로 기어 레버 조작감도 액센트는 가볍지만 경쾌함, 르망은 뻑뻑하면서도 물컹함이 느껴진다. 이해할 수 없는 대우 특유의 유럽식 하이로우(?) 후진 방식은 덤. 현대 포니 수동 4단의 아래로 꾸욱~ 짓눌러 넣는 후진 방식과 더불어 요상한 스타일이다. 처음 타본 사람은 '빠꾸 불가~'

 

르망 기어.jpg

검지와 중지를 사용하여 기어봉 중간의 돌기를 들어 올려야 1단에서 왼쪽으로 한 칸 더 갈 수 있다. 80년대 중후반의 프린스, 로얄살롱 등 대우차 수동 후진기어는 같은 방식. 


   공조장치 다이얼 조작감 역시 액센트는 딱딱~ 들어맞는 느낌이지만 르망은 제 자리 물려 있는 게 맞나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당시의 대우차 에어컨 성능 하나는 지금까지도 원탑이라 생각한다.

   방향지시등 역시 레버 작동 시나 자동 복귀 시(입에 붙은 '모도시'라고는 굳이 안 쓰련다)의 감각 또한 액센트의 정확하고 은근 쾌감 있는 '손맛'에 반해 르망의 레버는 다소 헐렁한 미세 유격과 함께 마치 조립 불량의 어린이용 완구처럼 조악한 느낌이 지금도 생생하다.

   브랜드의 특성이기도 한 가볍고 탱글 거리는 승차감의 액센트, 그냥 무거운 르망. 이 부분에서는 상대적으로 좀 더 묵직한 것이 때로는 나을 때도 있긴 했다.

   압권은 브레이크다. 발만 얹어도 팍 꽂히는 액센트와 달리 체중을 실어야 하는 르망의 그것은 그야말로 천지차이였다.

 

 

** 지금도 다르지 않겠지만 당시 거의 열에 아홉은 '대가리 깨져도 현대차'를 외쳐댔으며('대깨~'란 말은 사실 돌아보면 이른바 '현빠'를 자임, 또는 조롱하기 위해 이때부터 처음 쓰였던 것으로 기억됨) 이는 국내 판매 순위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요즘에야 성능이나 안전성, 내구성 못지않은 요소가 돼버린 감성 품질. 내 기억으로 그 당시부터 이미 현대차는 이를 위해 국내의 안정적 시장지위를 무기로 여유 있는 마케팅과 발 빠른 피드백 대응 등 때로는 얄미울 정도로 지금까지 장사를 참 잘 해왔다. 오래전부터 '한국인이 좋아할 만한 것'에 대한 추구와 노력을 지속해 온 결과 지금의 현대차 그룹까지 온 것이 아닐까.

   개인적 견해로는 한국인의 종특인 '따라 하기' 잘 하다 보니 어느새 청출어람인 듯.

 

   디테일이란 결국 소비자의 사소한 바람이나 필요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다. 거기서 생성되는 빅데이터가 오늘날, 또는 미래에 큰 자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나의 독특한 욕망을 채워주는데다 돈을 쓰니까.

 

   한낱 플라스틱 부품 조각 하나, 레터링 스티커 한 장에 거대담론을 끌어들이긴 면구스럽지만, 가족이나 직장이나 국가, 정치 등 모든 단위 모든 구성원들이 이 공감 능력과 감수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보다 높은 가치기준으로 삼는다면 더 살기 좋고 행복한 나날이 오지 않을까 한다.

 

 

   현재 잘나가는 현대차의 옛날이야기는 여기까지. 디자인 관련해서 기아의 만행(?)과 쌍용의 오만(?)에 대해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