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별개로 하나의 독립 브랜드로서 지금의 기아차를 있게 한 일등공신은 81년도의 봉고...라 할 수도 있겠지만 거기까지 갈건 없고, 단연 카니발과 쏘렌토 투 탑이 아닐까. 각각 4세대에 이른 지금까지도 스테디셀러로서 입지를 확고히 한 데에는 개인적으로는 디자인이 매우~ 큰 요인이었다고 생각한다. 기아의 성공과 관련하여 얽혀있는 당시 쌍용차의 오만과 그로 인한 실책이 불러온 운명의 갈림길. 그 이면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물론 내 생각이지만.
1. 1세대 카니발
침대에 이어 자동차에도 새롭게 과학의 개념을 도입한 양대 산맥, K5와 함께 현대 과학을 양분하며 아빠들의 드림 카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쥔 카니발. 98년 첫 선을 보인 1세대 카니발은 이후 잇따라 출시된 카렌스, 카스타와 함께 기아차의 '카 트리오'로도 알려져 있다.
카니발은 출시 초기부터 엔진과 미션의 품질 이슈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실제로 지인의 기아 정비소에 몇 차례 들릴 때마다 가끔은 저 멀리서 '겔겔~ 까르르륵~' 하면서 간신히 들어오는 고장차를 보곤 했는데 제 발로 오면 그나마 다행이고 대개 매달려 올 때가 많았다.
그 '겔겔~' 사운드가 들릴 때면 돌아보지도 않고서, '아놔~ 오늘 또 당첨이네~' 하던 정비사들.. ㅎㅎ
그럼에도 최초의 미니밴으로서 높은 활용도와 편의 장비 등으로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
성능, 연비, 공간 등의 여러 평가 기준으로 각자 판단하겠지만 오로지 디자인만 놓고 보자면 카니발의 얼굴을 처음 접했을 때 나에게 가장 먼저 떠올랐던 첫인상은 한 해 앞선 97년에 출시한 쌍용 '체어맨'이었다.
라디에이터 그릴로 이어지는 두 줄의 보닛 라인, 전조등 일체형 방향지시등, 범퍼 아래 에어 인테이크와 안개등 배치까지.
전반적 레이아웃이야 비슷할 수는 있겠지만 이 정도면 그다음은 기아와 쌍용의 합병 수순이 아닌가 했을 정도.
당시 뉴그랜저와 포텐샤에 대항하여 소위 '찦차'만 만들던 쌍용이 승용차 시장 진출을 위해 벤츠의 E 클래스 바디를 베이스로 엔진 미션까지 그대로 들여와 내놓은 야심작 체어맨.시작차試作車 테스트 과정에서 높은 완성도에 깜짝 놀란 벤츠 측이 향후 위협이 될 것을 우려, 수출 금지 조건으로 최종 허가했을 정도였던 체어맨.
아카디아 이후 당시 뉴랜저와 포텐샤를 넘어서는 최대 배기량의 직렬 6기통 3200cc 220마력 엔진으로 최상위 600s 모델이 가장 많이 팔리던 체어맨.
그런 체어맨을 쏘~옥 빼닮은 카니발은 내겐 마치 그 즈음 개봉했던 할리우드 영화 '페이스 오프' 속 존 트라볼타의 얼굴을 그대로 갖다 붙인 니콜라스 케이지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꼭 그래야만 했나.. 케서방..
소비자 입장에서도 국내 최고급 세단과 똑같은 카니발의 생김새는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성능, 연비 등 나머지 평가 기준이 그저 평타만 쳐도 디자인에서 이미 압도적으로 먹혔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
반면 쌍용은 자못 억울했을 것 같다. 나중에 로디우스에 써먹었어야 했는데 카니발에 선수를 빼앗겼으니 말이다. 물론 출시 연도가 다르기 때문에 단언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야말로 SUV 미니밴 시장에서 기아와 쌍용의 운명을 갈라놓은 분수령이었다 생각한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2. 쌍용차의 오만? 혹은 나태
2004년 쌍용에서도 미니밴을 출시한다는 소식에 나는 제원보다 도대체 어떤 디자인일까가 더 궁금했다. 그런데 막상 보니 이건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희대의.. 말을 말자.

안드로메다에서 온 대왕 굼벵이가 기어 오는 듯하다.
로디우스. 차 자체는 크게 나쁘지 않았다. 체어맨 차체 기반에 벤츠 270CDI를 개량한 직렬 5기통 XDi 엔진과 벤츠 5단 변속기를 얹어 성능과 승차감은 오히려 뛰어났다. 편의 장비로는 동급 최초의 전자식 주차브레이크 EPB, TPMS, 최상위 트림 플래티넘에는 EAS, 연소식 히터 등 옵션도 최고였다.
그러나 생소한 센터 계기판과 대시보드 레이아웃, 3열 이후의 측면 디자인, 결정적으로 '몬~생긴' 면상은 이 모든 장점을 산산조각 내고 가루로 흩뿌리고도 남았다고 본다.
기아 카니발이 동업자 정신은 개나 줘버리고 자사의 '최고존엄 체어맨'을 그대로 카피하자 이성을 잃고 될 대로 되라며 마치 새 옷 입고 나왔다가 소나기 진탕 맞고선 홧김에 빗속에 뒹굴고 싶은 마음으로 폭주했던 것일까? 당최 이해할 수 없는 꼬라지였다.
무쏘 뉴코란도 렉스턴. 쌍용차를 SUV 명가 반열에 올린 트리오
그도 아니면 이전 편에 언급한 대로 파격적 디자인의 무쏘와 뉴코란도, 렉스턴으로 이어지는 신차들이 출시 초기 우려와 달리 폭발적인 반응으로 결국 대성공을 거두자 암울했던 시기를 뚝심 하나로 극복해냈던 지난날의 환희에 도취되어 헤어 나오지 못한 것일까?
'캬~ 이런' 차가 있나. 성능은 좋은데 난해한 디자인.
카이런 또한 차 자체로는 훌륭했다. 당시 뉴렉스턴과 파워 트레인을 공유하면서 성능은 물론 편의 장비도 동일했으며 오히려 개선된 NVH로 아이들링 상태에서는 뉴렉스턴, 이후 렉스턴2보다도 조용할 정도로 정숙성은 더 뛰어났다.
반복되는 업로드 실패로 여기까지, 나머지는 다음편으로 나눠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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