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 이어 마지막..
부분변경 후의 AM939. 앞 범퍼에 있던 안개등을 헤드램프 가운데로 옮기면서 대우의 직행형 BV 113, 시내형 BS 106과 도플갱어가 돼버린다.
저 때가 앞으로 계속될 카피의 기점이었던 걸까. 이후 94년쯤에 고유모델 '그랜버드'를 출시하게 되는데 외관을 처음 봤을 때 역시나 충격이었다. 얼핏 보기에는 꽤 세련되고 나름 훌륭한 모습이었지만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내 떠오르는 익숙한 디자인. 바로 뉴그랜저의 그것이었다.
어쩌면 그랜버드라는 이름에서부터 어떤 의도를 약간 엿볼 수 있지 않나 생각된다.
원래는 각그랜저의 일체형이던 테일램프를 부분 변경으로 한번, 뉴그랜저에 이르러서는 더욱 매끈하게 다듬었던 것을 홀라당 베껴간 것이다.
F/L을 거치며 현재의 라인을 갖추게 된다.
원래 뉴그랜저의 후진등은 위쪽 방향지시등 라인에 있었지만 그랜버드의 표절에 표절로 응수? 하단 정지등으로 내려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전조등의 경우 기아 포텐샤와 일대일로 호환까지 가능했다. 같은 집안이라 그 정도는 대수롭지 않은 문제였을까. 나중에 알았지만 지금까지 포텐샤를 운용하는 올드카 오너들 사이에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포텐샤의 프로젝션 헤드램프
기아와 합병 이후의 그랜버드
어쨌든 그랜버드는 당시 대형버스 최초로 우수 디자인 GD 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지금까지 꾸준한 판매로 인기리에 롱런 중이다. 그 덕분에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가능했으며 더불어 현재의 높은 완성도까지 이르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 자동차에 있어서 디자인이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며 성능, 내구성, 연비, 정비성 등 실용적 요소와는 별개로 역시나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어쩌면 차종을 불문하고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감성적 요소가 아닐까 한다. 그것도 독특한 개성보다는 익숙하고 거부감 없는 무난함이 지배했던 그 시절에는 더욱더. 쌍용인들 일부러 그랬겠나 싶지만 또 한편으로 기아는 어떻게든 해보려 막 베끼다 보니 어느새 잘나가고 있더라는..
이런 관점에서 EV6를 필두로 최근 기아의 EV 시리즈 디자인 트렌드는 전위적이다 못해 행위예술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그럼에도 나름 선전하는 것은 전기차 시장만의 특수성이라고 본다.
자동차라는 전통적 '탈 것'이라는 개념을 벗어나 이제는 '바퀴 달린 전자제품'으로 여겨지는 현실 속에서, 배터리 용량과 주행거리 등 비슷한 성능의 각축전 가운데 차별화를 위해 감각적이고 튀는 디자인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최근 EV4처럼 갈수록 더하는 듯.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는 걸까? 어쨌든 과거 쌍용 못지않은 실험적 시도로 자칫 로디우스의 길을 갈 수도 있었지만 그야말로 시대를 잘 타고난 덕분이라 생각한다.
그 옛날, 기아와 쌍용의 엇갈린 행보는 결국 두 회사의 운명까지 뒤바꾸는 결정적 사건이었다. 물론 지극히 주관적 견해임을 강조하며 마무리한다.
P.S. 서버 이상인지 원래 문단모양과 첨부사진이 업로드할때마다 깨져서 대충 맞추느라 엉망이 된점 양해바라면서..